제4장

가온은 흔들리는 버스 창가에 앉아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회색빛 가을 하늘과 무심하게 지나가는 건물들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의 머릿속은 며칠 전 기억에 붙잡혀 있었다.

일주일 전. 사이비 종교 단체 ‘이스라엘’을 취재하기 위해 잠입해 있던 시온이 늦은 밤 신대방동의 낡은 빌라를 찾아왔다. 가온이 문을 열었을 때 시온은 복도에 서 있었다. 숨이 거칠었고 얼굴에는 땀이 번들거렸다.

“가온아.”

시온이 낮게 말했다.

“형이 지금… 이스라엘에게 쫓기고 있어.”

가온의 눈이 순간 좁아졌다.

“들킨 거야?”

그는 급히 시온을 집 안으로 들이고 문을 닫으며 걸쇠를 잠갔다. 시온은 잠시 숨을 고르다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진 않아.”

그리고 씁쓸하게 웃었다.

“음… 뭐, 결과적으로 보면 들킨 거지.”

그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가온을 바라봤다.

“성물이 완성됐어.”

가온의 표정이 굳었다.

“뭐라고?”

시온은 가온이 건네준 물컵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컵을 내려놓은 시온이 입을 소매로 닦으며 말했다.

“그래서 일이 커지기 전에 성물들을 훔쳐 나왔어.”

그는 아직 진정되지 않은 듯 약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근데 달아나다가 들켰지. 뭐, 다행히 잡히진 않았어.”

시온은 잠시 웃어 보이다가 이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도 시간이 많지는 않을 거야.”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성물은 숨겨뒀어. 이건 네가 가지고 있어.”

그리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 하나를 꺼내 가온에게 건넸다.

“일주일 뒤에 나를 찾아와. 이걸로 GPS를 확인하면 내가 있는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는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케이스를 살짝 들어 보였다.

“이걸 쫓아 오면 돼.”

그게 마지막이었다. 가온은 눈을 감았다. 시온은 아마도 이스라엘에게 잡혔을 것이다. 그리고…죽었을 것이다. 가온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시온에게서 마지막으로 온 문자 메시지를 바라봤다.

“이 예약 문자가 전달되면 일이 틀어졌다는 뜻이야.”

그가 어릴 적, 이스라엘은 그의 부모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인 형까지.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가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에서 내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위치추적 어플리케이션을 켰다. GPS 화면이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온은 그 방향으로 걸었다. 육교를 건너고 강남교회를 지나쳐 있는 주택가 골목. 그는 한 집 앞에 멈춰 섰다.

“여기로 나오는데…”

가온이 낮게 중얼거렸다. 시온이 여기 있을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집 안에 있는 사람은 아마도—형을 앗아간 존재일 것이다. 가온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잠시 정적. 가온은 그 순간에도 부디 형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있었다.

“누구세요?”

문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전혀 낯선 남자의 것이었다. 가온의 표정이 굳었다. 문이 열렸다. 문 너머에는 처음 보는 사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온의 손이 번개처럼 앞으로 뻗었다. 살기가 서린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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