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오후 1시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밤새 클럽 거리에서 흘러나왔던 음악의 열기가 완전히 식기도 전에 거리는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늦가을의 햇빛이 건물 유리창에 반사되어 번들거렸다. 거리에는 쇼핑을 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오갔다. 번화가 한복판에는 ‘2019 중국유학생 대학가요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중앙무대 설치를 맡은 스태프들이 철제 구조물을 세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피커 테스트를 하는 소리,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사람들의 웃음과 대화가 뒤섞여 거리는 활기찬 소음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에서, 그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사람이 쇼핑거리 옆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지열. 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그는 어제 밤새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서울에서 새벽 첫 기차를 타고 내려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피로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피로보다 더 무거운 것이 그의 머릿속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 그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근처에서 변절자 주시온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를 처단했다. 그것이 그의 임무였다. 변절자를 찾아 제거하고 그가 가지고 달아난 성물을 회수하는 것. 그러나 상황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죽은 그의 소지품에는 성물이 없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이지열은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예정대로라면 그는 지금쯤 대구 남구 대명로에 있는 베냐민 지파 성전으로 가고 있었을 것이다. 성물은 장로들에게 반환되고, 그는 의례적인 치하를 받으며 예배에 참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성물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그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지열은 고개를 떨궜다. 차라리 누군가 자신을 찾아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돌아갈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이지열의 몸이 순간 굳었다. 천천히 전화기를 꺼냈다.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보는 순간, 목 안이 바짝 말랐다. 박요셉 장로. 이지열은 눈을 감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장로님. 이지열입니다.”

최대한 평정한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미세한 떨림이 숨겨지지는 않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지열 성도. 어찌된 일입니까. 나뿐 아니라 다른 장로들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지열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네… 장로님.”

그는 말을 고르며 천천히 말했다.

“오늘 새벽에 변절자 주시온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잡았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기뻐하는 짧은 숨소리가 들렸다.

“그거 참 잘 된 일이군요. 그런데 왜 그런 중요한 소식을 이제야 전하는 겁니까.”

이지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름이 아니라… 장로님. 그를 잡긴 했습니다만… 성물은 찾지 못했습니다.”

잠시 정적. 거리의 소음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그의 소지품 중에는 성물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지열이 말을 이었다.

“스마트폰 하나뿐이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장로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렇군요.”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렇다면… 혹시 그자에게 성물의 위치를 물어보았습니까. 물론 쉽게 말해주지 않았겠지만요.”

이지열의 목이 바짝 타들어 갔다.

“장로님…”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사실… 그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잠시 침묵.

“말을 하지 않던가요?”

박요셉 장로가 물었다. 이지열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이제 그의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장로의 숨소리가 잠시 멈췄다.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지열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그는…죽었습니다.”

이지열은 결심이 선 듯 천천히 일어섰다.

“지금 성전으로 가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Leave a Reply

Discover more from 은호의 서재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